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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야의 이리_헤르만 헤세(독서정리&리뷰)

    작성자 참치 on 9월 22, 2021 at 9:49 오전

    할러가 앓았던 영혼의 병은 한 인간의 괴팍한 생각이 아니라, 시대의 병리 그 자체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그건 할러가 속한 저 세대의 노이로제였으며, 이 신경증 때문에 미천하고 약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바로 사상이 깊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강한 사람들도 좌초한 것이다. –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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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18.황야의 이리의 눈빛은 우리 시대 전체를, 바쁘게 돌아가는 모든 부질없는 짓거리들을, 모든 허망한 노력, 모든 허영을, 망상에 가득 찬 천박한 정신의 모든 표피적인 장난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아! 불행히도 그 시선은 더욱 깊어만 갔다. 우리의 시대, 우리의 정신, 우리의 문화의 궁핍과 절망보다도 더 먼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가슴속을 파고 드는 시선이었고, 어쩌면 이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 사상가가 인간의 품격이라는 것에 대해, 나아가 인생의 이미 자체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를 한 순간에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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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64.몹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이 사람들은 드물게 찾아오는 행복의 순간에 이따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그 순간적인 행복의 물거품이 때로 고통의 바다를 넘어 눈부시게 뻗어 올라 불꽃처럼 짧게 타오르면서 찬란한 빛을 발하여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매료시킨다. 그리하여 모든 예술 작품은 고통의 바다 위를 떠도는 소중하고 허무한 행복의 거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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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88.인간이란 이미 창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신의 요구이며, 그 실현을 갈구하면서도 또 겁내는 하나의 먼 가능성이다. 그리고 인간으로 가는 도정은 언제나 무서운 고통과 무아경 속에서 그저 조금씩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그 길을 가는 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고 그들에게는 오늘은 단두대가 내일은 기념비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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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96.가면이 벗겨지고 이상이 무너질 때면 언제나 그에 앞서 나에게 엄습한 것은, 지금 또다시 겪고 있는 바와 같은, 이 무시무시한 공허와 적막감, 이 끔찍한 위축 상태, 사랑받지 못하고 절망한 자의 이 텅비고 황량한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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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134.인간의 삶이란 것이 참으로 의문스럽고 희망도 없다는 걸 알고 또 느끼셨습니다. 순간은 찬란한게 빛나다가도 비참하게 조락하는 것이며, 아름다운 감정의 절정도 일상이라는 감옥을 감수한 대가로만 주어지는 것이고, 정신의 왕국을 향한 저 불타는 동경도 자연의 잃어버린 순수성에 대한 타오르는 성스러운 사랑과 영원히 필사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완성되지 못하고, 그저 딜레탕트처럼 실험만 일삼는 것, 이러한 허무가 인간에게 선고된 운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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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162.“한 인간이 매우 슬퍼하면, 치통이나 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무언지, 인생이 무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슬퍼하게 되면, 그런 사람은 언제나 얼마간은 동물과 비슷하게 보여요. 그는 슬퍼 보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거예요. 당신이 그렇게 보였어요, 황야의 이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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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168.도대체 이상이란 것은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요? 도대체 우리 인간은 죽음을 없애기 위해 사는 건가요? 아니에요.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런 다음 다시 죽음을 사랑하기 위해 사는 거예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보잘것없는 인생도 어느 순간 그렇게 아름답게 불타오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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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285.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소녀들은 이제 모두가 나의 것이 되었고, 그녀만이 받을 수 있는 것을 나에게서 받았다. 많은 사랑, 많은 행복, 많은 욕정, 많은 혼돈과 고통을 나는 맛보았다. 내 삶의 못다 한 사랑이 이 꿈같은 시간에 나의 정원에서 요술처럼 꽃피었다. 그건 부드러운 순결의 꽃이었고, 불타는 화려한 꽃이었으며, 금세 지고 마는 어두운 꽃이었다. 내밀한 꿈이었고, 작열하는 우수였고, 무서운 죽음이었고, 빛나는 부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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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_308.인생이라는 유희의 수십만 개의 장기말이 모두 내 주머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충격 속에서 그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다시 한 번 그 유희를 시작해 보고, 다시 한 번 그 고통을 맛보고, 다시 한 번 그 무의미 앞에서 전율하고, 다시 한 번 더 내마음속의 지옥을 이리저리 해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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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리뷰 : 이번에 헤르만헤세 문학전집을 읽는다고 했을 때 똑같은 작가가 쓴 책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편독이 주는 단점이 있어 주변에서 일부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에 대한 반박은 ‘황야의 이리’라는 작품 자체를 통해 가능했다. 미국과 유럽을 뒤흔든 68학생운동 세대와 히피들에게 성경처럼 읽혀 헤세 작품의 또 다른 진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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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외향적인 성향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로인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하는 것을 인생의 큰 성취와 보람으로 여긴다. 그런데 가끔 정신없이 살다보면 극심한 권태감을 느끼는데 독서를 통해 문학작품을 읽을 때면 공감과 위로를 받아 안정감을 되찾는 내 자신을 알게 되었다. 헤세의 작품은 주로 내면의 세계를 성찰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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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의 이리’같다고 이야기하는 할러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늘 자살만 생각한다. 그런 할러 앞에 헤르미네가 나타났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음악과 춤을 추며 사랑을 나누고 마술 극장에서 몽환을 체험하며 새로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황야의 이리’에는 염세적 역사관, 비극적 인생관, 허무주의적 문명 비판, 이성보다는 직관을 우위에 두는 태도 등 당시를 풍미하던 정신적 경향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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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날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혼돈의 시대는 없다고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갈 길을 잃거나 존재가치를 느끼기가 굉장히 어려운게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느꼈던 건 우리의 자아는 한 가지로만 정의 될 수 없는게 당연한 것 같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때로는 고독하며 고통스러운 것이 우리의 인생일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런 어린 시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괴로워 했었지만, 위대한 부모님과 순수한 이성과 소중한 동료들의 사랑 덕분에 성장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사람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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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집착을 버리되,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꼭 갖고 가는 행복한 삶이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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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평 : P_62.아무리 불행한 삶도 나름의 행복한 시간이 있는 법이다. 모래와 자갈 사이에서도 작은 행복의 꽃은 핀다

    KakaoTalk 20210303 013037058 08

    참치 작성 2 년, 5 월 전에 1 회원 · 0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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